제2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작가
사하르 칼리파 (Sahar Khalifeh) (1941~ )
사하르 칼리파(Sahar Khalifeh)는 현대 팔레스타인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서, 점령지뿐만 아니라 전 아랍권은 물론, 온 세계를 전전하는 소위 망명인의 고향인 팔레스타인의 문학까지를 포함해서도 가장 대표적인 소설가라 할 수 있다.
사하르 칼리파는 1941년 요르단 강 서안의 나블루스 시에서 태어났다. 어린 나이에 아랍의 전통적인 형식에 따라 소위 ‘장님 결혼’을 하였고, 13년간의 고통스러운 결혼 생활을 청산한 이후에는 여성운동과 소설 쓰기에 전념했다. 뒤늦게 라말라의 비르제이트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1988년 미국 아이오와대학에서 여성학 및 미국 문학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그 후 팔레스타인에 돌아와서 나블루스에서 여성문제연구소를 개설,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사하르 칼리파의 소설들은 『우리는 더 이상 너희들의 노예가 아니다』 (1974), 『실재하지 않는 여인의 고백』 (1986)처럼 철저한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여성 문제만을 중점적으로 다룬 작품과 『가시 선인장』 (1976), 『해바라기』 (1980)와 같이 민족해방투쟁이라는 조국의 현실을 주제로 하면서 여성문제를 함께 조명하는 작품들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후기로 갈수록 여성주의 시각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작가의식의 변화는 무엇보다도 작가가 1970년대 중반부터 요르단 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벌여오고 있는 여성인권운동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녀의 출세작 『가시 선인장』은 1967년 6월 전쟁에서 아랍 측의 패전으로 인해 이스라엘의 점령 아래 놓이게 된 1970년대 초 요르단 강 서안의 나블루스 시를 배경으로 한다. 소설은 점령이 팔레스타인 사회에 가져다 준 구조적 변화와 그 변화에 대응하는 인물들의 다양한 사회의식과 행동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 한 권의 소설로 그녀는 향토를 상실하고 이스라엘 점령 아래 신음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분노의 일상을 외부세계에 생생히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은 비단 억압적인 점령 현실을 폭로하고 고발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민족해방운동에 관심을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그 관심은 아랍사회의 가부장적 현실이 빚어내는 모순을 드러내는 작업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그녀는 말할 수 없는 자들로 하여금 말하도록 하는 탈식민주의 글쓰기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고도 하겠다.
사하르 칼리파의 많은 작품들은 영어, 히브리어, 이태리어, 불어, 독어, 네덜란드어 등 많은 외국어로 번역·출판되었다. 우리나라에도 『가시 선인장』 (2005, 송경숙/한국외대출판부)을 시작으로 『유산』 (2009, 송경숙/아시아), 『뜨거웠던 봄』 (2016, 김수진/케포이북스), 『형상, 성상, 그리고 구약』 (2016, 백혜원/케포이북스)이 차례로 번역 소개되었다. 그녀는 2006년 『형상, 성상, 그리고 구약』으로 아랍문학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나깁 마흐푸즈 문학상을 받은 것을 비롯하여, 알베르토 모라비아 이탈리아 번역 문학상과 모로코의 모하메트 자프자프 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