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 수상작가
예니 에르펜베크 (1967~)
21세기 독일어권의 대표적인 서사적 소설가인 예니 에르펜베크는 동독 출신 신세대 작가로서 통일 이후 동독문학의 가능성과 저력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통일을 계기로 독일문학은 ‘동’ 혹은 ‘서’라는 분단의 형용사를 떼어버리고 ‘하나의 문학’으로 복원되었다. 엄밀한 의미에서 동독이 서독에 일방적으로 흡수 통합된 1990년을 기점으로 동독문학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통일로 인해 동독의 문학제도들(작가단체, 출판사, 서점, 문예비평, 문학잡지 등)은 붕괴되거나 서독 식으로 재편되었고, 동독작가들은 자신들의 존재기반, 즉 국가가 정책적으로 문학의 사회적 의사소통 기능을 장려하던 동독이라는 ‘문학사회’가 완전히 해체됨으로써 작가들은 하루아침에 자본주의 문학시장으로 내던져졌다. 하지만 동독문학의 생명력은 끈질겼다. 처음에 푸대접을 받던 동독 작가들의 위상은 통일 독일문단에서 오히려 높아만 가고 있다. 여기서 특히 동독 출신 작가로서 예니 에르펜베크의 활약이 눈에 띤다.
무엇보다도 에르펜베크 문학이 갖는 강점은 그녀가 동독 출신으로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두 체제에 대한 경험에서 비롯된 비판적 균형 감각에 있다. 그녀는 동독의 현실사회주의의 문제를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구 자본주의의 한계도 비판할 수 있는 이중의 시각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서독 출신 작가들의 문제의식과 차별된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두 겹의 삶을 통해 벼려진 ‘이중의 시각’은 분단에서 통일로 이어지는 독일의 역사가 에르펜베크에게 수여한 훈장이다. 한편 통일 이후 그녀의 눈부신 활동상은 동서독 문단의 제도적 봉합이 곧바로 동서독 문학의 통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환기한다.